파주출판도시
<파주출판도시>
031-955-0050 파주북시티 고객안내센타
인간성 회복을 위한 도시
북시티는 약속의 땅 파주에서도 자유로변에 세워지는 출판문화공동체이다. 당초에 이 북시티 프로젝트는 책을 만드는 뜻있는 출판인들이, 책과 관련된 공간 즉 책을 기획하고 생산-유통하는 산업도시로서 북시티를 설정하고, 기획했었다. 북시티, 다시 말해 출판도시를 추진해 오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왜 이 도시를 기획했으며 어떤 목표로 도시를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우리의 답변은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서 이 도시를 만든다. 그러므로 이 도시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도시나 건축을 가리켜 ‘시대의 거울’이라 한다. 인간의 삶, 특히 도회적 삶이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 도시요 건축물이라는 뜻이겠다.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목격되는 부조화의 도시계획, 불균형한 도로체계, 너절한 건물, 어지러운 간판들의 집합체인 거리는 왜곡된 우리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란 뜻이다. 이같은 왜곡된 도시 풍경은 다시금 곤고한 우리의 삶을 더욱 옥죄어 오는 것이니, 한번 왜곡된 도시나 건축은 끊임 없이 악순환의 고리로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이런 도시형태가 왜 생겨났는가. 무엇 때문에, 아니 언제부터 이렇듯 바람직하지 못한 도시-건축이 우리를 둘러싸게 되었는가. 우리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자 한다. ‘공동성’을 상실했기 떄문이라고. 각자 개인의 욕구만을 추구했을 뿐 공동의 선을 마련해서 그것을 굳건히 세우는 데는 소홀했거나, 아니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결과였다. 공동성의 상실이나 삶의 왜곡됨은 질곡으로 점철된 우리 근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제 삼십육년과 그에 이어진 혼란한 해방공간, 그리고는 미국문화의 무분별한 유입, 건국 이후 팔십년대에 이르도록 독재정치로 경직된 우리 사회는 산업화로 치닫는 세계경제질서에 편입되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정신적인 혼란,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왔고, 도시에서 농촌에 이르는 모든 우리네 삶의 형국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오늘날까지 이어온 것이다.
공동성의 실천
이제 우리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북시티에서 찾으려고 했다면 다소 과장으로 들릴까. 아니다. 출판에 종사해 왔던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은 공동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가운데 좋은 책을 만드는 좋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리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인들이 추구했던 향약(鄕約)을 오늘의 형태로 회복하는 일이었다.
북시티 추진에서 가장 가치를 둔 것은 바로 이 ‘공동성의 실현’이었다. 무분별한 자기탐욕을 억제하며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한다는 아주 간단한 원리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가치있고 유익한 최선의 것이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에는 매우 전문적인 연구와 식견과 지혜가 필요했으므로, 우리는 가장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과 지혜를 가진 사람을 찾아 이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출판과 건축의 만남
우리는 북시티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출판의 일상에서 늘 적용해 왔던 책만들기의 원칙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었다. 즉 책만드는 일도 건축일과 마찬가지로 힘들여 설계하고, 그 설계가 마음에 안 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설계를 할 때만 해도 그렇다, 그 건축물이 세워지려고 하는 곳의 환경과 풍토, 그 안에서 살게 될 사람의 성격, 직업, 가족수 등과 집을 지을 때에 조달될 수 있는 재료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연구 없이 가치있는 설계가 이루어질 수 없듯이, 책만들기의 설계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이렇듯 지루한 설계작업이 끝나고 나면, 자재를 조달하여 설계도에 맞추어 건물을 세우는 책만들기의 힘든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니 책만드는 일도 건축 못지 않게, 아니 때로는 건축보다 훨씬 힘들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책만드는 일이야말로 건축하는 일과 흡사하다. 북시티를 기획하고 추진해 온 그 기저에는 책만들기의 정신이 깔려 있었으며, 출판과 건축의 만남 또는 출판과 도시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북시티라는 한권의 크고 아름다운 책
출판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국가산업단지라고 하는 거대한 국가의 기획을 이끌어내었다. 국가의 정책적 배려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출판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그것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형식으로서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받은 것이다. 정책적-산업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끌어 가면서 우리는 ‘산업단지’라는 무기력하고 건조하게 될 성격적 결함을 ‘도시’의 성격을 도입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우리에겐 거대한 대지 위에다가 북시티라고 하는 한 권의 크고 아름다운 책을 편집하는 셈이 되었다.
어반 디자인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황기원 교수팀이 맡았다. 책을 기획하고 생산하고 그것을 유통해 독자에 전달하는 온 산업시스템을 새로이 판짜는 도시계획이었으므로, 우리가 황기원 교수팀에게 주문했던 것은 우리 출판산업의 전반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류-분석한 다음 산업배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황교수팀은 힘든 수고를 수행하였다. 그 동안 우리 출판계의 양적 성장에 비하면 질적인 면에서나 또는 산업적인 자료의 준비에 있어서는 열악하기 그지없었으므로, 우리 출판산업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유용한 기획자료를 수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우리 모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위대한 계약서를 이끌어 내다
이 단지를 개발하는 법적 근거는 ‘산업입지 및 그 개발에 관한 법률’(약칭 산입법)과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약칭 공배법) 그리고 그들 법의 시행령이었다. 법률이 갖고 있는 경직됨과 그 법해석을 하는 공무집행자들의 경직되기 그지없는 자세는 우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을 주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용기를 잃지 않고 일어섰다. 머리속에 꿈꾸고 있던 당초의 꿈을 항시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대응에 한치의 소홀함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앞서에서도 말했지만, 산업단지가 불러올 수 있는 건조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어반 디자인도 중요했지만, 그 다음 단계인 건축 역시 매우 중요한 것이었으므로, 우리시대의 뛰어난 건축가 민현식-승효상 두 분을 건축코디네이터로 발탁한다. 그 두 분은 영국의 건축가인 북런던대 플로리안 베이글 교수와 또다른 젊은 건축가 김종규, 김영준씨를 포함시켜, 이렇게 다섯 건축가가 출판도시 건축지침을 작성한다.
모든 건축은 엄격히 이 건축지침에 따르게 되어 있고, 이 지침을 잘 따라 줄 건축가 그룹을 조직하였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건축가 약 서른 분과 외국 건축가 약 열 분 도합 마흔 건축가의 명단을 작성하고, 도시를 섹터로 나누어 섹터 아키텍트를 정하는 등 치밀한 도시-건축의 계획을 준비한 다음 이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런 일에 익숙치 않은 입주자인 건축주들로 하여금 이 계획에 따르도록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 또한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입주사와 건축가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건축에의 주관적 사고를 뒤로하고 이 땅에 건강한 출판문화와 건축문화를 세움으로써, 도시의 성공적인 완성을 향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위대한 계약서」를 이끌어 냈다. 이 계약서는 출판도시 내 모든 건축행위의 기본이 되고 있으며, 이 위대한 계약서에 의해 출판도시의 도시적 목표를 하나 둘씩 실현해 나가고 있다.
참다운 책의 문화가 꽃피울 것
그 동안 역사에 얼룩졌던 우리의 일그러진 초상을 올바로 잡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리라. 우리는 이곳에 인간의 도시를 만들고, 이 도시가 황폐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도시문화에 새 이정표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확대재생산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4월 현재 이 도시는 지난 1998년 11월 기반시설공사를 착공한 이래 남측진입로 공사 마무리를 진행중에 있으며, 입주사 건축은 40개 출판 및 인쇄사가 입주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20여개 입주사가 건축을 진행중에 있으며 금년 말까지는 총 100여개사가 건축을 완공하여 입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도시가 완공될 경우, 임대 입주사를 포함하여 총 600여개 출판관련 업체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판도시의 가장 큰 목표는 출판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물류,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하나로 묶어내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또한 이 도시는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문화공간이자, 아름다움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건축미 넘치는 곳이다. 때문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영국 웨일즈의 헤이온와이와 벨기에 레뒤,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 등 유명 책마을과는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도시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발전은 물론 세계적인 출판도시로 발돋움하여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출판도시의 공간에서 참다운 책의 문화가 꽃피울 것이며, 새로운 이상형의 도시문화를 보게 되리라. 앞으로 이러한 특화된 도시가 샘플화되어 우리나라 전반적인 산업구조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04년 6월 출판도시 이사장 이기웅>
1988. 여름
이기웅 열화당 대표를 위시한 여덟명의 출판인들은 북한산 등반을 하는 가운데, 그동안 출판계에 누적돼 왔던 현안들, 특히 출판유통의 합리화를 위한 작업의 터를 확보하자는 논의를 구체적으로 시작하다.
1989
09. 05.한국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건설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개최하다. 200여 출판관련업체들이 추진기금 1천만원씩 갹출하고, 추진위원장에 열화당 이기웅 대표를 선출하다.
1991
01. 08.출판문화산업단지 건설을 위해 360개의 출판사 및 출판관련 회사들이 참여하여 출판문화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이사장에 열화당 이기웅 대표를 선임하여 경기도로부터 조합설립을 인가 받았다.
07. 10.출판단지 조성의 기본방향과 목적을 설명할 수 있는 ?‘출판문화산업단지 기본구상’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연구소 황기원 교수에 의뢰하여 작성하다. 이 기본구상은 출판문화산업단지가 지녀야 할 산업적, 문화적, 환경적 기능들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3차례에 걸친 조합원 설문조사, 많은 출판관련 자료 연구, 수차례의 검토회의를 거쳐 완성되었다. 그 이전에 홍익대 박병주 교수, 한양대 강병기 교수와 출판단지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신도시 내 출판유통현대화 사업계획의 일환에 따른 계획으로 다소 실정에 맞지 않아 계획을 바꾼 바 있다.
09. 18.출판단지 기본구상이 완료됨에 따라 조합원 및 외부 인사 200여명이 참석하여 출판문화산업단지의 개발 전략 수립을 위한 제3차 심포지엄을 개최하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서울대학교 황기원 교수의 출판단지 기본구상에 대한 슬라이드 설명에 이어 이기웅 이사장의 사업추진 회고와 전망, 종합토론 등이 진행되어 출판단지 건설이 한국출판의 미래를 위한 기지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1992
01. 24조합에서는 건설부와 한국토지공사에 유통센터 부지를 공공시설 용지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출판문화산업단지」의 건설을 유통근대화 촉진법에 의한 절차를 취하라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에 문화부를 통해 유통산업 근대화 시행계획(안)을 경제기획원에 제출하였고, 정부의 유통근대화 시행계획에 출판물 종합유통센터 건설이 포함되었다.
01. 27.~31.이기웅 이사장이 ‘하나의 세계를 위한 출판장벽 타파’를 주제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24차 국제출판협회(IPA)에 참석, 유통기능의 효율화, 창고문제 해결,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추진되는 출판단지 기본구상을 발표하여 세계 출판인들로부터 출판단지 계획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 구상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격려를 보냈다.
03. 16.이기웅 이사장이 대통령과의 오찬석상에서 현재, 출판유통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출판문화산업단지 건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대통령이 사업추진을 지원하도록 지시하였다.
1993
일산신도시에 추진 중이던 출판문화산업단지 개발 사업은 한국토지공사에서 토지분양가격을 고가로 책정하는 등 정책적 혼선에 따라 불가피하게 포기해야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1993년도에는 출판문화산업단지 조성의 기점이 될 부지 매입에 주력하였다. 2월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수도권 일원의 사유지 40여곳을 현장 답사하여 그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문민정부에 출판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시켜 파주출판단지 개발을 추진하였다.
1994
07. 01.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조찬간담회에서 이기웅 이사장이 대통령에게 출판계의 현황을 설명하고 출판단지 건설사업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진언하여, 대통령으로 하여금 출판문화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부처간 긴밀히 협조할 것을 지시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같은 날 오후 문화체육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 부지인 파주시 문발리 폐천부지에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세부계획을 발표하였다.
09. 12.“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건설 기본구상을 위한 심포지엄” 개최하여 이어령 전문화부장관이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를 주제로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는 문자뿐만 아니라 영상, 음성 등 멀티미디어까지 종합하는 정보화도시가 되어야 하며, 축제의 공간, 창조의 공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다. 아울러 정부 각 부처별 주무과장을 비롯, 한국토지공사, 서울대 황기원 교수, 조합원 등이 참여하여 출판단지 건설사업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 가장 효율적인 문화산업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토론을 벌였다.
12. 01.이기웅 이사장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연구소(팀장 황기원 교수)가 현 부지에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기초 조사에 관한 용역발주 관련 회의를 갖고 보고서에 종합구상도, 토이이용건물배치 구상도, 교통구상도, 조경기본구상도, 기반시설구상도 등 출판도시 밑그림내용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다. 이 계획은 일산출판단지의 백지화 후 일산의 옹색한 계획에서 현 부지인 파주출판도시의 활달한 계획으로 정리되는 계기가 되었다.
1995
04. 27.출판도시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입주하는 만큼 군사협의가 필요함으로 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심학산 현장에서 이기웅 이사장을 비롯하여, 문화체육부 차관, 청와대 비서관, 합동참모부 작전참모부장, 3군사령관, 1군단장, 9사단장, 한국토지공사 부사장 등 관계자들이 고도제한 등 현안사항에 대해 업무협의를 하고 추진방안을 검토하였다.
10. 20.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의 명칭을 공식화하여 이를 대외에 널리 알리는 명명식 행사를 정관계를 비롯한 언론계, 문화계, 학계 등 6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했다.
1997
03. 31.1996년 국가산업단지 지정계획(안) 공람에 이어 수도권정비위원회로부터 공업지역으로 심의의결을 받아 현 출판단지 48만평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 고시를 받았다.
1998
11. 20.출판도시 기반시설공사 첫 삽을 뜨다. 건설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실시계획을 승인받아 단지조성공사 시행자를 한국토지공사로 선정하여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기공식을 가짐으로써,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책의 도시의 성공적 조성을 기원했다.
1999
06. 30.단지 기반시설공사의 진행과 더불어 별도로 파주출판단지조합에서 1998년 시범지구 산업용지, 문화시설용지, 상업용지에 대한 매입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2차지구 산업용지 매입을 완료함으로써, 1단계 개발사업 총 26만여평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09. 09.출판도시의 건설현장을 지휘 감독하고, 전시기능과 각종 이벤트기능, 회의기능, 사무국기능 등을 수행할 파주출판도시 인포룸(Inforoom)을 개관했다.
2000
01. 25.출판도시 개발에 있어 건축가 승효상과 민현식을 출판도시 건축코디네이터로 선정하여 출판도시 건축을 위한 설계지침을 완성하였고, 출판도시의 모든 건축물은 출판도시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설계에 한하여 파주시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아야만 건설이 가능하게 되었다.
03. 26.전라북도 정읍에서 김동수 한옥 별채 이건공사 상량식 및 안중근 선생을 출판단지 조성공사의 감리사로 모시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안중근 선생의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하여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출판도시를 조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알리는 자리가 되었다.
04. 26.건강한 출판문화와 건축문화를 세우기 위하여 출판도시의 모든 건출물에 대한 건축방향을 제시한 합의서인 「위대한 계약서」를 이끌어 내고, 건축주 몇과 건축가 명이 참여하여 시범지구 공동설계 계약 조인식을 진행하였다. 이 계약서는 우리 사회에 그동안 누적돼왔던 건축에의 혐오나 출판에의 불신을 동시에 씻어내고 이 땅에 건강한 출판문화화 건축문화를 세우는데 앞장서자는 우리 시대정신의 구체적인 표징이다.
06. 17.출판도시가 세계 건축가들의 축제인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 초대되다. 공동성의 실현을 통해 추진되는 출판도시 건축모델과 모형이 3개월간 전시되었다.
10. 10.출판환경 변화에 따른 출판단지의 도시적 성격을 재조명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으며, 출판도시의 상징조형물인「지혜의 빛」(전수천 작품) 점등식 행사를 가졌다.
12. 30.출판도시의 핵심 공공문화시설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현상설계 최종 당선자인 설계자 김병윤과 동센터의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2001
06. 15.정부로부터 건축비의 50%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원을 받아 건립되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시범지구 입주사 사옥건축의 첫 삽을 뜨는 출판도시 건축착공식 행사를 가졌다.
2002
12. 24.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교육연구동이 완공되어 동센터 대회의실을 비롯, 이벤트홀에서 출판도시의 핵심시설인 출판물종합유통센터 기공식을 성대히 개최했다.
2003
06. 03.우리가 출판도시를 계획했던 당시에 수립했던 목표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중간점검하고, 도시가 완성된 후 관리 운영방안에 대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 ??다시 파주북시티를 말한다??를 주제로 파주출판도시 도시건축 한마당을 개최했다.
12. 22.21세기 지식, 정보화시대를 선도할 파주출판도시의 도시적 목표 실현과 도시 활성화를 위한 운영, 관리 및 국제적 수준의 복합문화연구시설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운영을 담당할 재단법인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설립되었으며, 이사장에 이기웅 열화당 대표가 선임됐다.
2004
06. 23.출판도시의 활성화와 우리나라 출판문화산업의 진흥을 위한 초석이 될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가 완공됐다. 이 센터는 국내외 북페어를 비롯한 국제출판문화교류와 연구?저술?번역 활동을 지원하고 전시?교육?회의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출판도시의 핵심시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06. 24.부지 5천8백여평에 연면적 2만2천여평 규모의 이채쇼핑몰이 완공되었다. 이 상가는 서울 및 수도권의 광역적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주변 관광객 흡수, 나아가 출판도시 전체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 영화관을 비롯, 실내수영장, 난타전용극장, 패션몰 등이 입점한 대형 쇼핑센터이다.
06. 29.출판유통업무의 표준화, 자동화를 위한 출판물종합유통센터 북센이 완공되었다. 이 센터는 최첨단 자동화 출판물류시스템을 도입하여 출판사와 서점 간의 합리적인 경영을 지원하고, 출판물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급하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2005
점차 제모습을 갖춰가는 출판도시에서 책과 어우러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출판계 종사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 장두이의 일인극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를 비롯,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해설이 있는 오페라 음악감상교실,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그리고 지정학적 특수성을 재해석하기 위한 국제 작가들의 초대전 형식으로 진행된 「DMZ 2005 국제현대미술전」,「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5」“어린이책-신나는 이미지 세계‘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도서전시회와 오픈하우스 책마을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로「2005파주어린이책잔치」가 개최되어 출판도시에 대내외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다.
또한 10월 세계적인 책축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출판도시가 초대되어 출판의 기획, 편집, 디자인, 인쇄, 유통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유례없는 출판관련 산업의 집적화 도시를 세계 출판인들에게 알릴 수 있었으며, 이에 앞서 9월 출판도시가 독일 베를린 건축전시회에 초대되어 출판도시로서뿐 아니라 아름다운 건축물로 채워지는 건축도시로서도 출판도시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10. 05.출판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들을 담아내고 출판도시 구성원들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소식지 「아름다운 책의 도시」가 창간되었다.
10. 07.일본의 스기우라 고헤이, 중국의 뤼징런, 대만의 황용슝, 한국의 정병규 등 동아시아의 출판관련 인사들을 초청하여 출판문화의 교류현황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 및 스기우라 고헤이의 책디자인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출판도시의 미래
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일대 48만평에 조성되고 있는 국가문화산업단지이다. 이 도시는 1989년 국가발전의 핵심인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중심기지’를 확보하여 21세기 국제화시대의 주체적 문화대응 능력을 배양하고 불합리한 출판유통구조의 현대화를 도모한다는 목적아래 뜻있는 출판인들이 조합을 구성하여 17년동안 추진한 결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도시는 일관된 방침에 따라 입주 주체들이 스스로 개발계획 수립에서부터 건축설계지침, 조경지침, 간판및옥외홍보물지침 등을 수립하여 지켜나감으로써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의 가장 큰 목표는 출판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물류,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하나로 묶어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또한 이 도시는 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적인 문화공간이자, 아름다움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건축미 넘치는 곳이다. 때문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영국 웨일즈의 헤이온와이와 벨기에 레뒤,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 등 유명 책마을과는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도시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발전은 물론 세계적인 출판도시로 발돋움하여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출판도시는 인간과 자연, 문화와 산업이 잘 어우러진 책의 도시로서 기획, 생산, 유통 등 출판산업의 세 요소를 집적화시킴으로써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문화산업도시이다. 출판도시에는 출판사 110개사와 인쇄사 21개사, 출판유통회사 2개사, 지류유통/제본 등 총 150여개 출판관련 산업체가 건물을 지어 입주해 있으며, 임대로 입주하는 회사까지 총 600여개의 출판관련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기획, 편집하여 바로 옆 인쇄사를 통해 인쇄 및 제본, 제책을 완료한 후 출판물종합유통센터를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양질의 책을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체제를 갖추게 된다. 특히 출판사들끼리 양질의 책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경쟁함으로써 책의 질이 약 30%이상 좋아지고, 또 관련업체의 집적화를 통해 물류비용 또한 30%정도 절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60%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출판도시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 독특한 건축물로 채워지는 하나의 커다란 건축전시장이다. 한 건물의 형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 그리고 주변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적 풍경을 기대하게 된다. 이 도시에서는 건물을 배치하고 채우기에 앞서 비움을 먼저 설정한다. 이것은 채우기를 우선하여 온 종래의 도시 만들기와 그 방식을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것이다. 건물의 형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이 담기는 장소가 훨씬 중요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이 장소가 건축을 만들게 한다. 모든 건축행위는 공동성에 기초한 출판도시 건축설계지침에 따라 책을 만드는 공간으로서의 건축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임직원들과 방문객들을 배려하고 출판도시만의 문화적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건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판도시에는 현재에도 건축에 관심있는 국민들이나,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건축관련단체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건축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출판도시 주변지역은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천혜의 자연생태 보고이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여 서해에 이르는 거대한 강 하류의 저습지로, 철새 도래지이며 갈대군락 등 전형적인 강변습지 식생이 나타나는 곳으로, 환경친화의 생태도시로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석유연료에 바탕을 두고 자동차 문화가 중심이 된, 무절제한 소비가 지배하는 서방의 산업화모델이 20세기에 생활수준을 급격하게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나, 환경을 파괴한 주범이었다. 이를 반성하면서 이 도시는 자연과 인공의 모순을 극복하여 원시자연과 첨단과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이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 도시는 의례적인 가로수와 콘크리트의 고수부지가 아니라 갈대와 억새가 빛나는 샛강을 가진 도시이며, 들풀과 들꽃이 만발하게 되는 야생의 자연 속에 세워진다. 한강의 습지와 인근 심학산의 자연이 이 도시에서 섬세하게 연결되어 자라게 된다. 특히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갈대샛강을 자연 그대로 살려, 그 속의 습생 동식물들을 보호, 보전하는데 도시의 성패를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출판도시는 인간이 대접받고 또 인간을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환경속에서 늘 살고 싶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곧 출판문화공동체적 삶을 의미한다. 새롭게 건설되는 신도시 개발의 바람직한 모델로서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도 만족감을 느끼는 도시를 말한다. 이를 위해 각자 개인의 욕구를 자제하고 공동의 선을 마련하여, 그것을 굳건히 세우는 데 진력할 것이다. 또한 이 도시는 출판문화 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다양한 시설과 기능을 구비한다. 각종 전시회를 비롯,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향수하게 할 것이다. 이 도시의 영원한 테마인 “책”을 통하여 미래를 짊어진 많은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게 하고 지혜로운 힘을 주게 될 것이다.
건축가가 바라본 출판단지
미니멀리즘 건축미학 한눈에 [문화일보 2004-01-28 11:18] 유석연(건축가·새건축사협회이사)
(::파주 출판도시의 '아름다운 선택' 또하나::) 세계 건축의 첨단경향인 미니멀리즘 건축을 보려면 파주출판도시로 가라. 스텐리 알렌, 플로리안 베이겔, 승효상, 민현식, 김병윤 등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한 파주 출판도시가 세계 미니멀리즘 건축미학의 경연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식적 요소를 배제해 모더니즘 미학의 극단적 형태라 불리는 미니멀리즘이 현대건축의 키워드가 된지는 이미 오래지만 이처럼 도시 전체가 미니멀리즘 미학을 표방한 건축물의 전시장으로 꾸며진 예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시각적 풍요에 익숙한 이들의 눈에는 지나치게 단순해 무미건조하고 삭막해 보이기까지 한 미니멀리즘은 그러나 파주출판도시의 미학적 선택이며 동시에 ‘무엇을 할까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채우기보다 비우기’를, ‘절제와 금욕’을 고민한 철학적 태도의 산물이기도 하다. 건축가 유석연(hna온고당건축대표)씨가 파주출판도시의 각 건물에 깃든 미니멀리즘 미학을 풀어 소개한다.
자유로를 북쪽으로 한참 달리다 보면 오른편에 ‘너무 단순하여 오히려 범상치 않은 건물’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파주출판도시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곳곳에서 크레인이 작동하고 있고, 망치소리가 들린다. 겨울날씨를 무색케하는 인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완성을 위한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1989년에 기획 출발된 출판도시’는 15년여가 지난 오늘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파주출판도시는 각 건축물의 용도, 높이와 크기, 대략의 형태까지 정한 설계지침에 의해 설계되었다. 하나하나로서가 아닌 전체로 보이길 원했기에 보이는 건물의 모습은 절제되어 상당히 미니멀(minimal)해 보인다. 단순하지만 범상치 않은 건물의 형태와 구성에서 설계지침 외에도 ‘파주’의 자연을 건물에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건축가들의 노력이 구석구석 보인다.
‘파주출판도시’의 건축코디네이터인 승효상씨에 따르면 이들은 “자본의 힘에 이끌려 시녀처럼 일하는 건축가들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의무감 때문에 모인사람들이다”. 스텐리알렌, 가즈오세지마, 니시자와류에, 플로리안 베이겔 같은 세계의 유명 건축가들과 10여명의 국내건축가가 한데 모여 도시전체가 문화인프라가 되는 새로운 건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소 삭막해 보이고 멋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자기를 뽐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자처럼 비슷한 재료들에 비슷한 모양으로 보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파주출판도시 건축의 컨셉트를 읽을 수 있다. 역설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미니멀아트가 그렇듯 최소한의 몸짓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니멀건축(Minimal Architecture)으로 읽을 수도 있다.
장식이나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외관에서 금욕적일만큼, 자기표현을 최대한 억제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극도로 단순한 색채와 형태구성을 채택하여 건축과 도시의 본질을 강조한다.
서양의 미니멀 아트가 전통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었다면 파주출판도시건축은 마구 난립해 저마다의 소리만 지르는 우리 도시건축의 난맥상에 대한 거부이자,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인간성의 회복을 꿈꾸는 이상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 시대 건축가들과 출판인들의 간절한 희망 찾기와 통한다. ‘파주’를 도시건축기행의 목적지로 삼았다면 우선 인포메이션센터에 들러 출판도시 전체 모형과 전시된 내용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 탐험정신도 필요하다. 1단계 공사가 진행중인 도시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편한 신발 하나면 충분하다.
노란 벽돌, 자연산 목재, 유리, 내후성강판, 콘크리트 같은 재료만이 건물의 외부에 사용되었다. 고유한 도시경관을 갖기 위함이다. 자연재료는 시간이 가면서 변화되어 자연과 편안하게 어우러진다. 현재 총 20개의 건물이 입주를 완료했고 공사중인 것이 30개, 착공예정인 것이 39개다.
◈‘말과 창조사’(설계 민현식)
인포센터에서 수로의 건너편을 바라보면 갈대숲 사이로 한덩어리의 암석을 잘라놓은 듯한 건물이 보인다. 수로의 모양 그대로를 따라 붉지 않은 벽돌로 벽을 만들고, 작은 창문을 불규칙하게 뚫었다. 밤에는 하나하나의 창문에서 나오는 방안의 빛이 갈대숲 속에서 빛난다. 원래 설계지침에 ‘암석형’이라 정해진 부지여서 외곽은 돌덩이처럼 보이고 대신 속이 비어 있도록 한 것이다. 앞뒤가 뚫려 비어있는 통로(아트리움·atrium)를 건물의 가운데에 두어 마치 갤러리처럼 여유롭게 건물의 내부를 연결했다.
사무실과 창고, 그리고 여러개의 글을 쓰는 방들 사이를, 밖으로 보이는 자연을 벗하며 배회하듯 거닐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굽이쳐 흐르는 수로와 습지에 건물이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형태의 자연을 만들어 내는 것. 조화를 위한 형태의 절제와 건물 깊숙이 자연을 끌어들임. 이것이 ‘말과 창조사’를 디자인한 건축가의 의도가 아닐까.
◈‘자유아카데미사’(설계 김종규)
건물앞과 뒤의 재료나 분위기가 판이한 것은 사무실·주거부문과 창고부문을 따로따로 두 개의 건물로 설계하고 하나로 붙여 묶어낸 개념 때문이다. 투명한 유리 커튼월로 된 전면은 사무실·주거부문이고, 4개층 각층에 걸쳐 창고를 두어 뒷면 전체를 붉은 면(재료: 내후성강판)으로 표현했다. 보통 창고는 지하나 1층에 넓게 깔아 두고, 그 위에 다른 시설을 배치하는데 ‘자유아카데 미사’는 창고를 별도의 볼륨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건물의 외관에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열화당’ (설계 플로리안 베이겔)
앞으로 일부 건물을 더 지어야 완성될 ‘열화당’ 사옥은 검은 나무박스에서 두부를 썰어내듯 안으로 덩어리(mass)를 썰어낸 모양이다. 마당을 품은 낮은 건물에서가 형태의 작은 건물들을 얹어 2층 높이의 ‘수평선’을 조했다. 자유로의 높이보다 낮은 2층까지의 부분은 땅과 연관을 가진 영구적인 재료로 했고 그 위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유리로 투명하게 처리했다.
한강과 심학산의 랜드스케이프를 연결하려는 보이지 않는 의도가 2층 높이의 수평선과 서가 형태의 투명한 건물들 사이사이에 드러나는 것이다. 파주출판도시 설계지침을 만드는데 참여하였던 플로리안 베이겔(북런던대 교수)은 “이 장소에서 삶을 유지해갈 사람들을 위해 특정한 용도와 기능, 성격을 정하지 않은 공간을 설계한다”는 ‘불확정적 공간’개념과 ‘습지의 도시(Urban We tland)’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한길사’ (설계 김헌)
여러 개의 덩어리가 낮은 높이의 기단 위에 얹혀 있으면서 옥외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는 ‘한길사’ 사옥은 설계지침상 서가유형 (bookshelf units)의 규범을 담고 있다. 동판과 노출콘크리트의 외관으로 외부로 향한 창문조차 드러나지 않는 건물이다.
그러나 저층부의 기단에는 전시나 집회를 할 수 있는 한길아트 스페이스와 북카페가 마당과 함께 형성되어 외부에 개방되고 있다. 전체 섹터가 완성되면 외부에 개방되는 다양한 공간을 담은 저층부 기단과 비어 있는 옥외공간들이 담장없이 서로 연계되어 공동 문화인프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설계 김병윤, 시명건축)
현상공모로 설계안이 결정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현재 공사중인 ‘출판물종합유통센터’(설계 민현식)와 함께 파주출판도시의 핵심시설이다. 출판정보센터, 전시장, 다목적홀, 회의장, 호텔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는 이 건물은 현재 1단계 공사가 완료되고, 2단계 공사가 진행중이다. 복합적인 기능들을 한데 모으되 “건축자체보다는 자연을, 자연 그대로보다는 비형식적으로 치환된 공간을, 우리를 한정하는 공간들로 가득한 더미보다는 자유로운 흐름의 공간들을, 윤곽이 강한 형태가 의미있는 건물보다는 다양한 공간이 지각되는 건축”을 건축가는 의도했다.
수로와 연결되는 유수지에 면하여 넓은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다섯개의 기다란 덩어리를 얹었다.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의 빈공간은 사람이 물과, 자연과 만나고 또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감수성’의 공간이다. 각 공간에 면하는 덩어리들은 너무나 단순한 모양과 재료로 무한한 자연의 변화를 투영하고 불특정의 다양한 행위를 담을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