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지 않은 외금강의 비경 세존봉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누구나 한 번쯤 찾고 싶은 곳이 있다면 금강산일 것이다. 태고 적부터 숱한
영웅호걸들과 시인묵객들에 의해 ‘동방 최고의 절경’으로 칭송받아 왔기 때문이다. 공자도 동이족의 나라 금강에 들어가 살고 싶다고 했다던가.
^실제로 금강산에 가 보면 우리 조상들이 곳곳에 남긴 수많은 흔적들을 살필 수 있다. 한자로
쓴 시에서부터 가족과 후손들의 안녕을 비는 소원문, 그리고 장기판과 바둑판 등등…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는 증거다. 지금으로 치면 산에 다
낙서한 꼴이지만 세월이 가니 조상들의 체취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매개체로 이 만한 것도 없을 듯하다.
^금강산은 한 마디로 남한에 있는 설악산보다 한 수 위의 산이라 보면 된다. 바위들이 뭉쳐있는 사이즈도 설악산보다 더 규모가 크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이다. 계곡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 놓은 소도 설악산보다 한 단계 더 크고 개수도 많다고 보면 된다. 금강산이 한국의 산수를 대표하는 오리지널이라면 설악산은 요즘 쓰는 시쳇말로 ‘짝퉁’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설악산의 울산 바위도 금강산을 만들기 위해 울산서 가지고 올라 가다가 다 만들었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 주저 앉혀 만들어 졌다는 설도 있지 않은가.
^초여름이라 그런지 추적추적 내리는 가는 빗방울을 뚫고 일행과 함께 세존봉 등산길에 올랐다.
지금까지 개방된 만물상, 구룡폭, 해금강ㆍ삼일포 코스에 이어 네번째로 개방되는 세존봉 코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만큼 원시의 비경을
자랑한다. 버스에서 내려 신계천을 따라 오르는 동안 1시간여 금강송(또는 미인송) 숲길이 지속된다. 맑고도 누런 황토빛 껍질에 싸인 십여미터가
넘음직한 키 큰 소나무는 금강산의 고고한 청정미를 더한다. 허파 속을 파고 드는 신선한 공기는 이들 금강송이 내뿜는 신선한 향기일 듯 하다.
새총나무, 항문바위 등 이상야릇한 형상의 수목들과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은 금강산의 숨은 비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리듯 청아하게
재잘거리는 새 소리는 일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외금강의 중심`인 세존봉은 해발 1,132m로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은 물론,
주변의 여러 봉우리보다 다소 낮긴 하지만 금강산 일대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탁트인 시야를 제공한다(너무 높으면 아무 것도 볼 것이 없을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동쪽으로 해금강, 서쪽으로 비로봉, 남쪽으로 채하봉(1,588m), 북쪽으로 오봉산(1,263m)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고 북측 안내인은 설명한다.
^그러나 일행이 금강산을 찾았을 때 세존봉은 한치의 시야도 허용하지 않을 듯 짙은 운무에 싸여
있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내내 일행은 괜한 헛 걸음을 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을 내면서도 ‘혹시 최고봉인 비로봉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산을 오를수록 봉우리는 점점 더 시야에서 멀어지고 눈 앞은 캄캄한 절벽길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이 악화돼 버렸다. 계곡을 건너라고 설치해 놓은 목책은 언제부터인가 아예 방치돼 버린 듯 곳곳이 부서지고 일부는 계곡물에 떠 내려간 흔적이
역력하다. 세존봉 정상에 오르기 바로 직전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바위 절벽은 아슬아슬한 사다리를 네발로 기어야 겨우 오를 수 있었다. 350여개
계단으로 된 이 사다리도 유지보수가 제대로 안 돼 한 두명 이상이 한 꺼번에 매달리다간 삐그덕~ 삐그덕~ 위태로와 보인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구룡폭포는 그나마 지친 여행객들의 위안이 되었다. 전체 150m의
두꺼운 화강암 절벽에 82m짜리 물기둥을 시원스레 내리 꽂는 구룡폭포는 아름답다기보다 차라리 장엄하기까지 하다. 이 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 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명폭으로 꼽힌다.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글귀를 따라 아래 쪽으로 내려 오는 하산 길에는 또 하나의 명폭인
비봉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창공을 나는 한마리 봉황’이라는 이름 그대로 하늘 끝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바위 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모습이 가히
눈이 부실만큼 장관을 이룬다.
^점점 어두어지는 산길을 제 때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고 북측 안내원이 바짝 붙어
채근하기 시작한다. 은근히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자 북측 안내원이 달래려는 듯 살짝 말을 붙인다. “오늘 비로봉을
못봤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라요. 금강산은 정상을 볼 수 있을 만큼 맑게 개인 날은 일년에도 얼마 되지 않지요. 오늘 못 본 것은 다음에 또
한번 더 오시라는 뜻 아니겠소?” 해가 이미 저버려 어둑어둑 해 진 하산 길 옆으로 여전히 신계천이 졸졸졸~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여행메모>
◇등산ㆍ관광=금강산 관광의 기점은 온정각. 세존봉 등산은
온정각에서 출발해 신계천~동석동~세존봉~구룡폭~온정각으로 이어진다. 차량이동 거리를 제외하고도 20km나 돼 어른(8~9시간)도 쉽지 않은
코스다. 노약자나 가족단위라면 만물상(왕복 4.1km)이나 구룡폭(8.4km)을 즐겨 이용한다. 해금강과 삼일포는 버스로 약 30분이면 닿는다.
2006년 9월 내금강 코스도 개방될 예정이다.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 줄 금강산 온천(사진)이 온정각 주변에, 금강산 해수욕장은 해금강호텔
근처에 있다.
^◇교통ㆍ숙박ㆍ식사=현대아산이 주관하고 여러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패키지를 이용한다. 계절별로
약간 다르나 2박3일기준 성인 1인당 38만원~57만원. 과거엔 속초에서 북한의 고성항까지 설봉호가 운항했으나 수년전 남측 통일전망대에서 버스로
들어가는 육로관광이 생겼다. 해금강 호텔이나 금강산 호텔, 비치 호텔, 외금강 호텔(김정숙 휴향소)에서 숙박하고 조식이 딸려 나온다. 금강산
온천(10달러/1인당), 교예단 공연(35달러), 온정각 식사(9달러)는 별도다. 북측이 직접 운영하는 금강원(25달러)에서는 짤대(우럭 종류의
손바닥만한 바다물고기)나 털게, 토종 돼지고기구이를 맛볼 수 있다.
^◇여행 문의 및 예약=현대아산 관광사업부
02-3669-3000./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모임지붕의 구성 (0) | 2006.06.22 |
---|---|
설악산 (0) | 2006.06.20 |
[스크랩] ***설악산 사계절 사진 전시실*** (0) | 2006.06.09 |
[스크랩] 황매산 (0) | 2006.05.15 |
[스크랩] 세계의 엽기적인 주택모음 (0) | 2006.05.12 |